지난 글에서 모델링을 모델러가 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썼습니다. 나름 전문 모델러로서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달라질 거라 확신합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10년 전과 비교해 지금의 환경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델러를 찾는 데가 없진 않습니다. 숫자를 헤아리기 힘든 공공에서 필수인 EA 프로젝트에서도 모델러가 필요하고요. 좋아지고 있는 추세로 판단하면 앞으로도 좋아질 거 같습니다.
시스템의 기반 환경도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SI 산업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시스템 없이는 기업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낙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친 긍정일 수 있지만 지금이 시스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DB도 소위 기초 체력이 튼튼해졌다고 생각하고요. 누구나 DB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록 엄한 비용 때문에 말과 행동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과거에 비하면 DB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꿨습니다.
관계형 DB의 생명력도 의외로 끈질길 거라 생각합니다. 정규형 모델에 저장하지 않고는 데이터 품질을 보장할 방법이 없는 거 같습니다. 사실 획기적인 다른 DB가 나와도 설계는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데이터 품질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입니다.
빅 데이터가 태풍처럼 거대한 바람을 일으켰지만, 그 저반에는 어쨌든 계정계 데이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분석도 하지 못하고 크기만 한 영상 데이터나 음성 데이터를 앞세웠지만, 결국 수익을 창출하는 데이터는 양질의 텍스트 데이터가 될 것입니다. 빅 데이터의 환상에서 깨어나 기본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베리(Very) 빅 데이터가 나와 더 골치 아프게 만들 수도 있지만요.
모델링이 점점 활성화될 거라고 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DA의 등장입니다. 오늘 얘기 하고 싶은 건 DA(data architect)입니다.
현재 큰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은 DA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거친 곳은 다 DA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차세대 개발을 한 곳이니 더 그럴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왠만큼 큰 조직에는 DA가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DA가 모델러보다 없었습니다. 15년 전에는 못 들어봤고, 최소한 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DA만 놓고 보면 세상이 바뀐 셈입니다.
DA의 역할은 다들 잘 아실 것입니다. 데이터와 관련된 일을 기획하거나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때론 데이터와 관련된 일을 다 직접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도 DA는 있었네요. 그 역할을 하는 DBA가 있으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꽤 체계적입니다. DA에 대한 역할은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쓰겠습니다.
DA가 현재 가장 열심히 하는 분야는 표준화입니다. 표준화는 필수 과목이 됐습니다. 메이저 3사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속성 표준화에 국한된 게 아니라 ERD 관리와도 연관되기 때문에 데이터 모델링 환경이 좋아진 것입니다. 모든 기업에 ERD가 관리된다면 모델러에게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 될 것입니다.
DA 업무가 현재는 표준화에만 치중돼 있지만 표준화가 완료되면 DA가 모델링에도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10년 전에는 활성화되지 않았던 표준화가 기본이 됐듯이 조만간 정규화도 기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DA의 궁극적인 역할은 데이터 품질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모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은 엄두가 안 나지만요.
DA가 활성화된 원인에는 DAP 자격증도 큰 몫을 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DB 분야에서 엔코아의 업적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선구자 역할을 하신 분이 있어 여기까지 왔는데, DB인들이 더욱 투철한 직업관과 사명감을 가지고 분발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최소한 DA에 관심이 있는 분일 거 같습니다. 저는 모델러의 전망도 밝다고 생각하지만, DA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쉽진 않겠지만 그리 어렵지도 않습니다. 노력이 문제죠. 결국은 또 ‘노오력’이네요.
대기업에서 개발 오래한 분들도 DA로의 전향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연령 제한도 없는 편이고 다른 인력으로 대체하기 쉽지 않죠. 조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에게도 좋은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죠. 준비 기간이 있다면 전업이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모델링은 DA 업무 중에서 더 특화된 분야입니다. DA가 모델링을 모르면 안 되죠. DAP 시험도 그걸 허용치 않습니다. 하지만 DA가 직접 모델링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분야가 넓기 때문에 특화된 일을 못하는 여건일 뿐입니다.
DA가 직접 모델링을 할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표준화가 정착되면 다음 차례는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모델을 관리하는 것이 DA의 주된 역할입니다. DA를 목표로 하시더라도 모델링을 직접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스킬도 목표로 하시길 바랍니다.
모두 파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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