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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Story/데이터 상념(想念)

컴퓨터가 모델링을 할 수 있을까?

매뉴얼을 쓰던 중 갑자기 알파고가 떠올랐어요.

 

모델링 노트 책에 아래 문구가 있습니다.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에게 바둑을 이길 수 없듯이 풀이 과정을 판단하면서 앎의 정도를 기계적으로 채점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다들 아시듯이 컴퓨터가 인간에게 바둑을 이길 수 없다는 저의 확신은 틀렸습니다.

책에서도, 강의에서도 확고하게 언급한 내용인데요.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첫 판을 졌을 때 충격을 받았어요.

왕년에 좀 뒀던 바둑인(?)으로서 상심이 컸고, 기계가 어떻게 수읽기를 해서 더 나은 수를 판달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많은 기사들을 읽고 약간의 해답을 얻었어요.

이세돌이 왜 질 수밖에 없는지를요.

 

알파고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 계산을 한 것이라는 게 제가 발견한 위안거리입니다.

상대가 둔 다음에 모든 경우의 수를 끝까지 계산해 본 후에, 질 확률이 가장 낮은 수를 선택하는 방식이죠.

알파고의 로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한다면 결과를 알고 두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인간은 기계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한 판을 이긴 이세돌이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어느 순간 끝까지 아무리 계산해도 알파고가 이길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니까요.

 

다음에 붙을 때는 끝까지 계산해 보기 없기와 같은 규칙이 있어야 될 거 같아요.

아니면 인간은 시간 제한이 없던지요.

그렇지 않고는 성능이 점점 좋아지는 슈퍼 컴퓨터의 계산력을 당할 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프로기사는 한 수를 둘 때마다 약 50수 정도를 내다본다고 합니다.

시간이 무한하고 체력만 버텨주면 프로기사도 끝까지 무한대로 계산할 수 있을 거에요.

프로기사의 수읽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프로기사 둘이 흰돌만 가지고 둬도 승부가 5집 정도에서 갈리니까요.

흰돌만 가득한 바둑판에서 자기가 둔 돌을 기억하고 매수 마다 계가하면서 둘 수 있다는 거에요.

어릴 적 바둑기사는 신과 같은 존재였어요.

 

어쨌든 컴퓨터가 인간을 바둑으로 이겼고 위의 문구는 수정해야 됩니다.

 

그당시 충격이 진정되면서 했던 생각이 컴퓨터가 모델링을 할 수 있을까?”입니다.

현업과 인터뷰할 수도 없고... 이건 좀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모르겠습니다.

모델링은 계산하는 게 아니니 아무리 많은 표본이 있어도 선택할 때 어려움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기사를 작성하는 수준인 알파고한테 요구사항 자료를 다양하게 제공하면 할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바둑은 판단하면서 두는 것이란 생각이 인간에게만 해당되듯이, 왠지 모델링도 판단하면서 설계할 것이란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소심해지는 듯한

 

또 한가지 든 생각은 알파고가 모델러의 일거리를 뺐을 것인가에요.

알파고가 모델링을 할 수 있든 없든 간에 모델링 시장이 크지 않으니 알파고가 모델러를 대체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아요.

오히려 컴퓨터가 프로그래밍하는 날이 빨라질 거 같아요.

인간은 논리적 설계를 하고, 구현은 컴퓨터가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쨌든 알파고 때문에 며칠 동안 혼자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