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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팬임에도 생각법이라는 애매한 제목 때문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던 책이었다. 엉뚱하게도 머신러닝 책의 참고문헌에 포함돼 있어 읽게 됐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조훈현/인플루엔셜/2015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소재목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의 힘을 믿는 나에게는 절대 공감할 수 있는 문구였다.

 

첫 페이지에 있는 아래 글이 이 책에서 말하는 전부라고 생각한다.

 

바둑이 내게 가르쳐준 바에 따르면,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집중하여 생각하면 반드시 답이 보인다.”

 

조훈현이라는 고수의 생각법은 집중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해서 최상을 찾고, 최선을 찾고 아니면 차선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둑 기사는 설사 끝이 보이는 바둑이라 하더라도 돌을 던지기 전까지는 한 수 한 수 최선을 다하며, 그 결과가 호수(好手)나 묘수(妙手), 악수(惡手)나 과수(過手)가 되더라도 치열하게 고민하여 스스로 선택한다고 한다.

 

나의 직업인 모델링도 바둑과 유사하다. 정석이 있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하나씩 채워나간다. 내 경우에 모델링을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한다. 바둑을 꽤 잘 두는 편이었지만 바둑 둘 때 못지않게 생각을 한다. 생각할수록 결과가 좋아진다. 간혹 장고(長考) 끝에 악수를 두는 것도 닮았다.

 

강의할 때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고민을 많이 해보라는 것이다. 끈질긴 고민이 끝난 후에는 결과가 어떻든, 즉 모델이 어떻게 설계됐든 성장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전문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오로지 생각하는 힘만이 시련을 해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그 과정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나의 경험과 어쨌든 비슷했다.

 

기본기가 중요하지만 기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일단 기본기가 다져지면 그때부터는 망아지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모델링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치다. 사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푸는 방식은 조금이라도 공식에서 벗어난 문제가 나오면 힘을 쓰지 못한다. 반대로 혼자서 실컷 헤매본 사람은 생각을 하면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낸다는 주장도 너무나 공감이 된다.

 

막강한 힘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하며, 변화와 혁명의 출발은 언제나 남과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창의적 사고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창의성에 대한 내용도 공감이 많이 됐다. 창의성에 대한 몇 가지 문구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알고서 창의적인 수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풀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 번쩍 새로운 수가 떠오르는 것이다. 창의성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끈질긴 탐구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창의성의 넓은 의미가 남과 다른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생각은 그냥 떠오르지 않는다. 뭔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얻게 된다.”

 

창의성의 핵심은 바로 문제의식과 질문이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상식과 지식을 동원하여 추측을 한 후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바로 창의성의 과정이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려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끊임없이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질문해야 한다.”

 

창의성의 기본적인 출발점은 바로 질문이라며 질문을 중요시한다. 질문은 생각을 이끄는 수단이다.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생각은 시작되지 않는다.

 

바둑에는 복기(復棋)가 있다. 복기의 의미는 성찰과 자기반성이다. 이것은 깊이 있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며 겸손과 인내를 요구한다. 날마다 뼈아프게 그날을 복기하면 그것이 나를 일에서 프로로 만들어주며, 내면적으로도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시켜 줄 것이라고 한다.

 

역시 모델링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언제나 최상의 모델을 설계할 수 없다. 환경에 따라 설계가 이상해질 수도 있다. 검토(복기)를 하면서 많이 느껴야 한다. 아래 말과 같이 실패한 모델을 검토하면서 다음 준비를 할 수 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책의 앞부분은 매우 흥미롭고 잘 읽히는데 뒤쪽으로 갈수록 인상적인 부분이 없어 다소 지루했다. 개인적으로 바둑과 연계된다고 생각하니까 더욱 흥미로웠다.

 

생각법이라는 제목과는 내용이 다소 다르다. 생각하는 체계 같은 거나 방법을 기대했는데 그런 내용은 거의 없었다. 제목에서 받은 거부감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그대로 남았다.

 

자기계발서와 자서전이 혼합된 듯한 내용이다. 바둑을 조금 아는 사람으로서 프로기사의 내공, 그것도 세계를 주름잡던 고수의 생각법을 소개하는 책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생각법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자기계발서가 아닌 차라리 조훈현이란 사람에 대한 순수 자서전 형식의 책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사제 관계와 승부의 이면(裏面) 등 조훈현의 바둑 얘기만으로 꾸몄어도 재미있었을 거 같다.

 

진짜 행복은 단단한 자아에서 오며 자아는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과 자기 성찰,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얘기는 연륜이 느껴진다. 자신의 소신대로, 신념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려면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ps. 이 책에서 저자도 컴퓨터가 바둑을 이길 수 없다고 언급했다. 내가 데이터 모델링 프리미엄 가이드 책에서 했던 주장과 유사하다. 최고의 고수와 동지가 된 거 같아 씨익 웃었다.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질 줄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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